내 충전과 지속 시간에 대하여
약 2년 전, 새 노트북을 고르기 위해 여러 제품을 비교했다. 액정 크기, 무게, 프로세서, 메모리… 그리고 가장 눈에 띈 건 ‘배터리 지속 시간’이었다.
그 표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배터리는 얼마큼 지속될까? 내 충전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한 번 충전하면 얼마나 쓸 수 있을까?
노트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공장에서 찍어낸 규격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배터리는 시간, 환경, 관리 상태에 따라 변화한다. 기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지지만, 나는 관리에 따라 급격히 떨어지기도, 다시 회복되기도 한다.
20대의 나는 관리라는 개념조차 필요 없었다. 신촌과 강남을 오가며 새벽까지 세 편의 영화를 이어서 보고, 친구와 놀고, 다음 날 또 하루를 이어가기도 했다. 공모전이 다가오면 밤샘 작업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이야기는 달라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밤샘을 할 일이 생기면, 다음 하루는 거의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육아’라는 새로운 항목이 생긴 것도 컸다. 40대에 들어서기 전, 대상포진을 앓았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면역력과 체력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그 전에도 혼자 걷거나 달리는 걸 좋아했지만, 이후에는 처음으로 ‘꾸준히 달리기’를 결심하게 됐다. 1주일에 세 번 이상 달리기로 마음먹고 1년 정도 이어오고 있다.
작년 말부터 수면이 무너졌다. 몇 시에 잠들든, 2시간 남짓 자면 깼다. 아마 새로운 일에 대한 걱정과 흥분의 상태가 함께 있었던 탓이었을 거다. 2시간 자고 눈 뜨면 일을 하고, 6~8시간 후 다시 2시간 자는 생활이 서너 달 이어졌다. “혹시 이게 내 패턴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심장이 두근대고, 뇌가 과열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피곤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재우다가 함께 10시에 잠들었고, 새벽 4시에 개운하게 눈을 떴다. 그날은 1시간 정도의 낮잠을 추가하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졌다.
지금은 밤 11시쯤 잠들고, 새벽 5시 무렵 깨어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 아침 루틴은 이렇다. 스트레칭과 세수를 하고, 책을 읽고 챗GPT와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한 뒤 그 내용을 블로그에 간단히 정리한다. 그리고 플래너에 오늘의 할 일을 적고 작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 등교 시간이 된다.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짧은 러닝을 마치면 본격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
예전엔 낮잠이 필수였지만, 지금은 낮잠 없는 날도 많다.
필요하면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이는 정도다.
사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할 때도, SNS에 아침 필사나 운동 루틴이 많은 요즘도 나만의 루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모두가 자는 조용한 새벽이 나에겐 최고의 시간이라 믿었고, 실제로 그 시간에 가장 잘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가 이어지는 밤의 새벽보다 잘 자고 일어난 아침의 새벽이 더 좋다. 같은 새벽 5시이지만 나의 모드에 따라 생각의 방향도 달라지는 걸 느낌다. 잘 자고 맞는 새벽의 생각이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느낌.
지금의 패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나는 계속 나를 관찰하고, 작은 습관들을 추가하거나 바꿔나갈 것이다.
**현재 내 에너지 매뉴얼 (2025년 5월 기준)
충전 시간: 밤 11시 ~ 오전 5시 (6시간) + 경우에 따라 낮잠 1시간
집중 가능 시간: 45분
작업 간 휴식 시간: 5분 (내·외부 환경과 작업 강도에 따라 조절)
주의사항:
방전되지 않게 체력이 20%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반드시 충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