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에게 맞는 쉼의 업데이트
요즘 나에게 ‘휴식’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예전엔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에 맞는 영화를 보거나 넷플릭스 시리즈 몇 편을 몰아 보는 게 일상이었다. 가끔은 집에 있는 만화책을 정주행하고, 특별히 살 게 없어도 쇼핑하러 돌아다니며 몇 시간씩 보내는 것도 좋아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머리가 비워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활력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르다.
한 편의 영화조차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건 2년이 넘었고, OTT를 켠 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심지어 4분 남짓의 새로 나온 뮤직비디오를 볼 때도 시간을 체크하기도 한다.
대신 요즘 나에게 쉼이 되는 시간은, 오히려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다. 책을 읽고, 책이나 정보 컨텐츠에서 본 내용을 챗GPT와 함께 얘기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 누군가 보기엔 “저 사람은 쉬지도 않나?” 싶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이런 시간이야말로 나를 안심시키는 휴식이다. 생산적이지 않은 휴식은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과 주말에 브런치 글을 쓰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월수금 / 화목으로 나눠 그림책 리뷰와 색칠 놀이용 도안 그림을 연재하는 루틴을 추가했다. 이런 반복이 나에게는 불안감 없이 일에서 벗어난 휴식의 시간이고, 생각의 틀을 다잡아주는 시간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멍하니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난 평소 깨어있을 때, 뭔가를 계속 보고 듣는 편이다. 음악보다는 뉴스나 정보 컨텐츠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과도한 인풋은 그 정보를 꺼내 쓸 여유를 가로막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러닝을 하면서 음악을 듣지 않고, 발소리와 숨소리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오히려 페이스도 더 좋아지고, 명상 같은 느낌도 들어서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가끔 어쩔 수 없는 멍때림의 시간 (예를 들면, 샤워나 양치, 설거지를 하는 시간)에 고민하던 부분이 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시간엔 내 안에 이미 들어와 있던 정보들이 재정렬되는 느낌이다.
의식적으로 인풋을 끊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지금에 와서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휴식의 핵심이 잠이다.
한동안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독서와 글쓰기의 루틴을 잘 지켜왔지만, 최근 며칠은 수면이 무너졌다. 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잠을 줄여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잠을 줄인다고 해서 능률이 오르거나 시간이 크게 절약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불규칙한 수면은 하루 전체의 페이스를 무너뜨린다. 잠을 충분히 잘 자야 루틴이 이어지고, 내가 나로서 최적의 성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예전과 지금의 쉼은 다르다. 쉬는 방식도, 필요한 자극도, 회복의 조건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중요한 건 지금 나에게 맞는 쉼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일이다.
나는 지금, 나에게 맞는 쉼을 받아들이고 이어가는 중이다.
� 내 휴식 방법 요약 (2025년 6월 기준)
책 읽기: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고 생각의 실마리를 찾는다
글쓰기: 흩어진 생각들을 붙잡아 말로 정리한다
러닝: 조용한 집중 속에서 나에게만 귀를 기울인다
멍때림: 인풋을 줄이고, 머릿속을 정돈한다
잠: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지는, 가장 근본적인 회복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