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느끼는 6가지 부정적 감정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연습을 한 뒤로, 내 감정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기운 빠진다’ , ‘우울하다’ 같은 단어로 대충 뭉뚱그려 넘겼던 것들을, “아, 지금은 실망감이네”, “내가 좀 초조한 상태구나” 하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런데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감정은 자주 비슷한 환경에서 반복되고, 나는 또 그 감정에 따라 익숙한 반응을 한다. 나만의 ‘감정 패턴’이 있는 거다. 특히 부정적 감정의 반복은 그 감정에 대한 대응 메뉴얼을 만들어 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자주 느끼는 부정적 감정에 대해 먼저 살펴보려고 한다.
1.불안감 _ 난 20대 중반 이후 20년간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1, 2년 정도 이어지는 연재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안정’과는 거리가 먼 직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지난 11월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여러 실험과 실패를 이어가면서 ‘불안감’은 내가 가장 자주 마주하게 되는 감정이 됐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일을 하는 중간에도 한 번씩 맥락 없는 불안감이 올라오곤 한다.
대응방법 _ 크게 심호흡 하기. 미지근한 물 200ml마시기. 마음에 안정을 주는 책 두 페이지 읽기. 지금 불안감의 바탕에는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을 덮어두고는 근본적으로 불안감을 줄이기 힘든 만큼 감정에 빠지지 말고 대안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
2. 긴장 _ 일을 할 때 긴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낯설지만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다가오는 일이 있는가 하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되는 일도 있다. 그리고 긴장감은 오프라인 미팅을 앞둔 상황에서도 자주 밀려온다. 혼자 일을 하고, 실제 사람을 만나 일을 하는 경우가 점점 더 줄어들다 보니 이러한 감정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대응방법 _ 지난 비슷한 상황의 성공적인 기억을 떠올리기. ‘괜찮아, 이번에도 잘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기. 간단한 스트레칭 하기.
3. 초조함 _ 초조함은 무언가 확정되지 않은 결과를 기다리면서 느끼게 되는데, 주로 내가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의 조바심과 함께 나타난다. 초조한 감정을 느끼면 계속 그 내용을 신경쓰게 되어 다른 일에 집중을 방해한다.
대응방법 _ ‘기다리는 중’이라는 문장을 메모지에 적어 모니터 아래 붙여놓기. 그리고 플래너에 적어놓은 해야 할 일 중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 하기.
4. 무력감 _ 무력감 역시 감정의 롤러코스터 안에 꼭 포함되는 감정이다. 특히 감정의 낙차가 클 때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큰 프로젝트가 성사될 걸로 기대했다가 무산되거나 이번 달 일을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그렇다. 특히 무력감은 다른 부정적 감정이 비해 감정이 오래가고, 여파도 크게 남는 편이다.
대응방법 _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간단한 일 하기 예: 책상 정리, 커피 내리기, 3km달리기 등.
5. 질투 _ 여느 업계와 마찬가지로 내가 하는 일 역시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일인 만큼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일도 많다. 내가 내 일에 대해 자신감이 있을 때는 다른 좋은 디자인이나 그림을 보더라도 큰 감정이 없는데, 내 자존감이 낮아진 경우에 다른 사람들을 보면 질투의 감정을 느끼고 무력감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감정이 악화되기도 한다.
대응방법 _ 나의 과거 작업물 중 마음에 드는 작품 모아 보기. SNS 일시적으로 멀리하기.
6. 후회 _ 후회를 자주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후회는 사건의 직후보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밀려오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은 일은 일주일 정도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후회는 몇 년이 지나도 한 번씩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대응방법 _ 남에게 관대하듯 나에게도 관대한 말로 위로하기.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누구나 그 정도의 실수는 있어” 등
이렇게 하나씩 내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그 감정에 반응하는지를 기록하다 보면, 부정적 감정에 깊이 빠져드는 걸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두면, 조금 더 건강하게 감정을 조절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감정을 관리한다는 건 감정을 억누른다는 뜻이 아니라, 그 감정을 지혜롭게 다루겠다는 의미다.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의 패턴을 알고, 나에게 맞는 감정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이 연습은 '나를 더 잘 사용하는 방법'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부정적 감정 대응방법 요약 (2025년 6월 기준)
불안감 : 심호흡, 미지근한 물 한 잔, 현실적인 대안 고민
긴장 : 간단한 스트레칭, 준비된 말 적기, 스스로 다독이기
초조함 : ‘기다리는 중’ 메모,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무력감 : 작은 일 하나 해보기, 움직이며 감정 전환
질투 : SNS 거리두기, 내 과거 작업 되돌아보기
후회 : 남에게 하듯 위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