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방법, 감정에 이름 붙이기
나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며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게 ‘감정’이다. 감정은 인간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고, “상대의 감정을 살펴야 한다”거나 “감정을 다스리는 게 좋다”는 식으로 익숙하게 말하지만 명확하게 규정짓고 바라보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을 보면 주인공의 머릿속에 다섯 감정들이 살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했던 기쁨이(Joy), 그리고 곧바로 등장하는 슬픔이(Sadness)를 비롯해 살아가면서 버럭이(Anger), 까칠이(Disgust), 소심이(Fear) 까지. 이 감정들 주인공의 하루를 함께하며 각각의 순간에 맞는 모습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어느 순간에는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어느 순간엔 감정이 고장나 정상적이지 않은 감정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감정이란 단순히 기쁘고 슬픈 것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반응하는 방식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다섯 개의 캐릭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도 많지만, 그 각각의 감정에 구체적인 이름과 얼굴을 붙였다는 점에서 우리 감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감정은 우리가 외부의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체계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살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감정을 느끼는데, 표현하는 감정은 “좋다”, “짜증난다”, “별론데”처럼 몇몇의 익숙한 감정만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더 섬세하고 다양하게 나누어진 감정들이 머물고 있다. 단지 그 감정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말로 꺼내본 적이 없어서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예를 들어 “짜증 난다”는 감정 안에도 여러 결이 있다. 무시당했다고 느껴서 서운한 건지, 피곤해서 여유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답답한 건지. 각각은 비슷한 표정과 말투로 드러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감정이다.
그래서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름을 붙이면 그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고, 정확히 알아차리는 만큼 잘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아이를 키우다 보면 더 잘 느끼게 되는데, 아이가 처음 단어를 배울 때에는 “좋다”, “나쁘다”, “놀랐다” 처럼 크게 나누어진 감정만 느낀다. 그래서 간혹 “너무 놀랐는데, 사실은 좋아”같은 감정을 느꼈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 좋지 않은 감정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이건 벅찬 기분이야”, “감동 받았어?” 라고 이름을 붙여주면 아이는 그 복합적인 감정을 따로 분리해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어른이 된 후에도 여러 감정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과정은 곧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요즘 이런 이름 붙이기를 시도해보고 있다.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있는데, 막연히 “기분이 안 좋아”라고 느끼기보다는, 감정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안 좋은 감정인지를 마주하려고 한다.
감정이 구체적으로 보이면, 대응하는 방법도 조금 더 다양해진다. 음악을 들으며 샤워를 하거나 글을 써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말로 꺼내는 등 ‘내가 이럴 땐 이렇게 하면 조금 나아지더라’는 나만의 감정 매뉴얼도 만들 수 있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감정적이 된다’는 것과 같지 않다. 오히려 감정의 파도를 더 잘 타기 위한 훈련에 가깝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