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2003년 방영되며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대장금>의 한 장면이다. 절대미각을 가진 주인공 장금이가 상궁마마의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한 답이다. 장금이의 답에 상궁은 ‘그렇지! 홍시가 들어있어 홍시 맛이 난걸 생각으로 알아내라 한, 내가 어리석었다’ 며 감탄한다. 무용을 보며 이 동작은 왜 했냐. 저 동작은 무슨 뜻이냐 하시면 그저 춤을 춘것이니 춤으로 봐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그림을 보면서 왜 여기는 노랑색으로 칠했냐. 여기는 왜 비워뒀냐 하지 않듯이 말이다.
무용작품을 보다보면 몸으로 표현하느라, 움직임으로 보여주려다 보니, 공간을 사용하고 시간은 흐르니 동작과 동작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움직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동작들의 흐름과 공간의 사용, 무용수들의 관계성 등을 편안하게 보면 된다. 한 동작 한 동작을 언어처럼 바꾸어 설명하라고 하면 장금이처럼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전체의 동작들이 어우러져 정서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상상되는 것들을 마음껏 상상하면 된다. 그렇다고 안무가의 의도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그 안에서 안무가가 이끌어가는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그 안에서 개개인의 경험이 관람 속 이야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안무가가 만든 길을 따라가면서 사이사이의 에피소드는 관람객 개인의 몫이다. 가령 안무가가 자신이 겪은 슬픈 일을 떠올리며 슬픔을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자. 작품관람에 있어 안무가가 겪은 에피소드가 상실이었는지, 배신이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으로 슬픔이라는 길에 있다. 그 길 위에서 느껴지는 슬픔의 구체적인 실체는 관람객이 겪은 슬픔과 맞닿아 작품을 완성한다. 구체적인 사건과 상관이 없더라도 슬픔이라는 정서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이 가치있다. 춤은 깊이 묻혀 있어 보이지 않던 것들을 일렁이게 한다. 생각지 못했던 과거의 어떤 시간이나 감정을 만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게 춤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나 혹은 잊었던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러니 부디 그냥 보시길. 없는 이야기를 찾으려고 애쓰다보면 작품은 그냥 저 멀리 나와는 상관없이 되고, 결국 재미없다로 귀결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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