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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폰기]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의 엄마이자 집

by Art Around

모리 미술관이 있는 롯폰기 힐즈 앞에는 커다란 거미 모양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높이 약 9m, 지름 10m의 이 커다란 금속 거미는 8개의 기다란 다리를 가지고 있고 배에는 대리석으로 된 알들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 ‘마망’입니다.


‘마망 Maman’은 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피스트리 복원 공방을 하던 어머니를

부르주아는 항상 실을 잣는 거미와 동일시하여 생각했습니다. 또한 거미는 새끼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부화할 때까지 알을 몸에 품고 다니고, 또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의 먹이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주기도 하죠. 거미의 다리가 만드는 공간은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 Cell이 되어 그 안의 것들을 보호해주기도 하고 또 그 안의 것들이 떠나지 못하게 막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부르주아의 또 다른 시리즈 중에 Maison Femme라는 시리즈가 있는데 maison은 집, femme는 여자라는 뜻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부르주아는 여성을 곧 집에 비유하여 집을 여성의 몸과 결합하여 그리곤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집은 house의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가 있는 관념적인 상태를 뜻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엄마는 곧 집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마망’은 총 6개의 에디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소장처는 일본의 롯폰기 힐즈,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한국의 호암 미술관에도 있습니다. 호암 미술관에 있는 마망은 원래 한남동 리움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입니다.


동일한 6개의 에디션 중 바로 도쿄의 마망에게만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도쿄의 마망은 지진에 대비해 땅이 흔들릴 때 같이 흔들려 작품을 보호해 주는 지진 대비 신발을 8개의 다리 모두에 신고 있다는 것이죠! 롯폰기 힐즈를 지날 일이 있으시다면, 이 귀여운 디테일을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도 재밌겠네요.

롯폰기 힐즈 앞의 마망
다리 건너로 보이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소장된 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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