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뮤익

아주 크거나 아주 작거나, 하지만 아주 사실적인

by Art Around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의 론 뮤익 개인전이 끝났습니다. 론 뮤익의 작품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은 실제보다 큰 규모에 극사실적이며, 그 극사실적인 면을 그야말로 초현실적으로 규현 해내기 위해 집중하는 까다로움에 어시스턴트의 도움도 거의 받지 않기에 작품 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따라서 개인전을 할 만큼 작품을 모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기에 꽤 귀한 기회의 전시였습니다.


론 뮤익은 1958년 생으로 호주의 독일계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인형극 및 인형 제작 일을 하는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인체 모형을 제작하는 일에 익숙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영화나 TV의 인형과 소품, 특수 분장 등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호주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며 상업적인 일을 하던 론 뮤익은 90년대 중반 순수미술로 전향하며 영국으로 이주했고, 작가로서의 활동 시작에 계기가 된 것은 장모이자 예술가인 파울라 레구(Paula Rego)의 요청으로 전시에 사용될 피노키오의 모형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곧이어 1997년에 영국 왕립예술원에서 열린 ‘센세이션’ 전에 전시된 ‘Dead Dad’라는 작품으로 그는 예술가로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여기서 언급된 ‘센세이션‘전은 그 유명한 사치의 YBA를 공격적으로 홍보한 사치의 컬렉션 전입니다).


‘Dead Dad’라는 작품은 그 이후 주로 실제보다 큰 사이즈의 작업을 해 온 론 뮤익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하여 실제 사이즈보다 작게 작업한 것입니다. 실물보다 작은 사이즈의 극사실적인 조각은 죽은 아버지라는 주제와 맞물려 인물을 아주 연약하고 외롭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론 뮤익의 작품은 주로 실제보다 작거나 큰 사이즈의 인물들을 소재로 하며 유난히도 넓은 면적의 생생한 피부를 보여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피부의 색과 탄력, 주름과 점, 털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인물이 지나온 삶에 대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판단하게 하고 인간 내면의 약함과 불안, 외로움 등에 극히 공감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인물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리고 아주 작게 혹은 크게 만들었을 뿐인데 그것이 관람객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강렬하고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 있어서 론 뮤익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의미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네덜란드 Museum Voorlinden에 소장되어 있는 론 뮤익의 작품입니다. 여성의 힘을 잃은 등근육과 오랜 세월 끼고 있어 주름을 파고 들어간 반지, 남성의 겨드랑이 주름들과 대충 깎은 발톱, 얼룩진 피부와 같이 희어진 몸의 털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사실적입니다. 우리는 왜 론 뮤익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