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을 그리는 초현실주의 화가 윤병운
단순하게 겨울 풍경을 그린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짧은 글에서 작가를 소개하려니 어쩔 수 없네요. 초현실주의 작업 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중 최근에는 겨울 풍경으로 대변되는 시리즈들로 잘 알려진 윤병운 작가의 작품에는 그림을 들고 다니는 여자가 종종 등장합니다.
‘그림 도둑’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시리즈에는 사실 재미있는 일화가 숨겨져 있어요. 오래전, 작가님의 개인전을 준비하며 한 화랑에서 큐레이터가 작가님의 작품 이미지를 가지고 입구에 걸어놓을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포스터가 아주 마음에 들게 나와서 완성된 포스터를 들고 갤러리에 들어오던 큐레이터의 모습이 인상 깊으셨대요.
그런데 전시 오픈 전 날 그 예쁜 포스터를 화랑 입구에 걸고 퇴근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와보니 그 포스터가 하룻밤새 바로 사라져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가지고 간 거죠.
작가님은 그 도둑이 참 괘씸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남의 물건을 몰래 가지고 갈 정도로 작가님의 작품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걸까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이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그리게 됩니다.
이것이 그림 도둑 시리즈의 시작입니다. 도둑은 남자였을 수도, 여자였을 수도 있겠죠. 다만 작가님의 상상 속에서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 그림을 들고 사부작사부작 걸어가는 여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