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발상법
내게 특별한 날은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하여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함께 먹는날이다.
집에서 만든 음식은 좀 더 신선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관계’가 부여되면 이보다 더 큰 가치를만들어낸다. 테이블에 차려 놓은 음식에 진솔한 대화가 더해져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음식은 더욱 맛있어져 허기짐까지 달래준다.
대화는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관계의 벽을 초월하여 공감의 미학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정성들여 차린 음식을 상대방이 만족스럽게 먹고 ‘맛있다.’는 소리를 들려주기를 은근히 기대하지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뿌듯하고 기쁘다.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 터져 나오는 웃음, 그윽한 음식의 향기는 깊어가는 밤의 즐거운 하모니가 되고, 우리 사이는 더욱 특별한 관계가 된다. 이처럼 즐겁고 소박한 호사가 또 있을까? 요리는 내게 특별한 관계를 선물한다.
학창시절, 나는 친구가 말을 붙여오지 않으면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내성적이었던 내가 친밀한 성격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 만든 음식을친구들과 나눠 먹던 시간 덕분이다. 음식 이야기로 시작한 수다는 친구들의 일상 이야기로 바뀌었고, 그들의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내게 다른 차원의영감과 간접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몸에 흐르는 기분 좋은 에너지는 확실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은 10분에 불과하지만, 시간만 허락된다면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한 음식으로 구색을 갖추고 싶다. 이번 그림은 특별한 레시피를 위해 싱싱한 재료들이 총출동했다. 단순하고 복잡한 요리까지 그림 속 재료들만 있으면 된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재료 손질’이라는 지루함도 있지만, 친구들을 기다리는 설렘과 친구들이 도착하는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하는 긴장도 함께한다. 그림 속에서 ‘준비’와 ‘설렘’, ‘긴장’을 느껴보길 바란다.
가느다란 연필 선으로 스케치한 뒤, 흑백 명암으로 양감을 표현했다.
재료가 가진 고유색을 저채도의 색감으로 입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하였다.
색을 모두 입히니 재료의 신선함이 살아난다.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이제 이것으로 친구들의 입맛을 만족시킬만한 요리를 계획해야겠다.
[상상 그 찰나를 그리다] 본문 중...
글.그림 뽀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