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발상법
갑자기 들이닥친 이별은 큰 상처와 그리움을 남기고, 그리움 뒤에 오는 허전함은 여러 가지 해소방법을 갈구하게 된다. 이럴 때 그림은 내게 가장 적절한 탈출구이다. 못다 한 이야기와 감춰둔 진실을 그림에 담아냄으로써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묻어두었던 슬픔을 되새기는 초반까지는 눈물을 흘리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림이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낀다.이별의 감정을 그림에 쏟는 행위는 내게 좋은 이별의식을 치르는 과정이다.
이별을 통해 발견한 감정은 이따금 예술의 주요 소재가 된다.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로미오와 줄리엣」 등은 슬픈 이별 이야기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별 이야기는 애절하고 강렬하여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묻어두었던 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상하게 한다.
이별 후 그림 그리는 행위는 아직 전하지 못한 고백과도 같았으며, 그림과 나 사이를 오가는 추억 시퀀스를 기억의 테이프에 감아 차곡차곡 보관하는행위였다. 이해할 수 없던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사랑했던 사람의 소중함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게 이별은또 한 번의 성숙을 선물해주었다.
이별의 아픈 기억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꺼내보도록 하자. 외롭고 힘든시기는 내 안의 예술 본능이 깨어나는 시간임을 잊지 말자. 이별 후 느낀 더럽고, 치사하고, 짜고, 씁쓸하고, 아리고, 시린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어 보자. 그림에 녹아든 진실만큼은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데, 시각적인 자극은 다른 감각보다 월등하여 상상력과 창의성 발달로 바로 연결된다. 추억을 떠올리며 손이 가는 대로 무엇이든 그려보자.
[상상 그 찰나를 그리다] 본문 중...
글.그림 뽀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