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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얀 Feb 21. 2019

전업맘도 워킹맘입니다

[육아툰] 엄마의 사랑 곱하기 50화



전업맘이 된 대다수는 ‘워킹맘'이었다가 임신과 출산으로, 둘째의 출생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많다. 전업맘이 된 이후로는 더 이상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일상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하지만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와 함께 외출하려면 신경 쓸거리가 많아 친구들과 약속 잡기가 힘들고 가끔 만나는 친구와도 빨리 헤어진다. 


가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사하게 꾸미고 직장에 출근하는 여성을 보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돈을 버니 남편 눈치 안 보고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살 수 있고 남편에게 큰소리 칠 수 있을 것 같아 부럽다. 웬만한 부자가 아닌 이상 전업맘의 구매 활동과 여가 생활은 제약이 걸린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배우거나 만들고 노는 일에는 돈이 드니까 자유롭지 못하다. 워킹맘보다 여유롭지 않은 형편 때문에 자신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아이 물건 위주로 보게 되며 핫딜이나 최저가를 찾아 구매한다. 좋은 것만 사주고 싶지만 비싸면 망설여진다. 


전업맘은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와 지내는 경우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로 나뉘는데, 집에서 아이와 24시간을 함께하는 전업맘은 아이의 응석과 이유 없는 짜증과 고집을 받아주다 보면 기가 빨려나가 정신이 혼비백산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적성에 맞는 엄마라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지 모르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건 똑같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전업맘이라면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므로 집에서 논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쉴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있지만 쉴 수 없다. 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쉬지 않는다.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온 후 요리를 하고 아이 발달사항을 체크하여 신체와 언어와 인지 발달에 도움되는 교구들을 찾아보고 육아용품을 구입하고 어린이집 준비물을 미리 챙긴다. 이러다 보면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가까워진다. 아이가 아프면 하원 하는 길 병원에 들려 진찰을 받은 후 약을 처방받고 아이의 예방접종과 구강검진과 건강검진 일정을 체크하여 시기별로 병원에 데리고 간다. 전업맘은 가사는 둘째치고 아이의 육아와 교육과 건강까지 책임지는 매니저다. 이렇듯 전업맘은 가정 내에서 충실히 맡은 일을 수행하는 또 하나의 직업이다. 전업맘도 워킹맘이다. 


이윤 추구와 생산성을 유일한 가치로 믿으며 살아온 현실이 돈을 벌지 않는 전업맘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할지도 모른다. SNS에서는 전업맘에 대해 '집에서 노는 사람’, '남편 월급 축내는 사람’으로 폄하하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엄마를 ‘커피충'으로 비하하는 말을 통해 전업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짐작할 수 있다. 돈을 벌지 않는다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돈을 버는 액수로 인간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를 키우는 존재로 주목하고 돌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 솔직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직업이 어디 있는가? 엄마는 본래 역사적으로 생산의 뿌리이자 생산의 원천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고 이 사회의 밝은 미래를 책임질 건강한 아이를 생산했으니 모두 대통령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누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자식들이다. 우리 모두는 엄마의 손에서 컸다. 전업맘은 티 나지 않는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며 무보수이지만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업맘은 과감하게 돈 버는 일을 포기했다. 이런 용기가 어디서 생겼을까? 아이 때문이다. 전업맘은 아이를 선택했다. 주변의 전업맘을 만나면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맞다. 전업맘은 돈 대신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을 샀다. 아이가 엄마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마음껏 사랑을 주고 아이는 엄마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정말 멋진 시간을 번 셈이다. 전업맘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에서의 지위를 잃고 그저 집에서 아이만 보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그 이름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힘이 된다.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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