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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에 대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by 아트빈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시 중 하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 Hyperrealism) 작가 론 뮤익(Ron Mueck)의 전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위 작품이 현재 진행 중인 오늘 소개할 작가 론 뮤익의 대표작입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저의 SNS 첫 게시물도 이 작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뮤익은 호주 1958년 멜버른에서 출생하였고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인 대표 하이퍼리얼리즘 작가입니다. 처음부터 작가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의 첫 커리어는 퍼핏(손에 연결된 끈으로 움직이는 인형) 제작자였습니다. 차츰 능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 소품제작도 했고, 39살에 장모님의 영향으로 첫 조각품 전시를 시작하면서 예술가의 길에 접어든 작가입니다.

하이퍼리얼리즘은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모방으로 점철되는 예술사조입니다.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 사이, 사진술의 발달에 영향을 받아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는데 현실보다 더 선명하고 과장된 표현 방식을 통해, 대상의 ‘더 완벽한 재현’을 추구하는데 의의를 두는 여타 예술사조보다 철학적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죠.

특히 크기를 변형하거나 디테일을 과장하는 등 인간의 이성으로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을 넘어서, 환각이나 환영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재현을 시도하여 하이퍼리얼리즘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을 재구성한 감각을 통해 강렬한 감성적, 철학적 반응을 경험하게 하고, 존재와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예술사조는 일반적으로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속성을 지닙니다. 극도로 과장된 표현 속에는 인간 삶 속의 환희보다는 인종 차별, 종교적 불관용, 정치적 박해, 취약 계층에 대한 무관심 등 사회적·종교적·정치적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저도 디스토피아적인 예술을 좋아하는데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의 내면적 갈등이 잘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침대 위에 누워 고뇌에 빠진 거대한 여성의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는 실물보다 더 생생하게 그녀의 내면을 상상하게 되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의 깊이를 경험합니다.

닭과 인간이 마주한 작품은 각각의 시선, 혹은 그 둘을 바라보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두 개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날카로운 대결 구도를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극사실주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단순히 “진짜 똑같이 잘 만들었다”는 기능적 감탄에 그치기보다, 조각품과 동화되어 과장된 모조품 속에 내재된 사회적·철학적 가치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하면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거 같습니다.

물론 실물과 똑같이 모방하는 하이퍼리얼리즘 예술에 대해 사진적 모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는 론뮤익의 크고 작은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시뮬라크르들 사이를 거닐며 현실의 복제품들이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는 어떤 것 일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하이퍼리얼리즘과 자주 함께 언급되는 철학 용어로는 ‘시뮬라크르(Simulacrum)’가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낸 인공물을 의미하며, 종종 현실보다 더 실제처럼 인식되는 대체물을 일컫습니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예술 또한 문화적 모방물로서, 시뮬라크르로 이해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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