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1974)>

정석같은 각본과 상징적 이미지들

by BK

<시놉시스>

사립 탐정인 제이크 기티스는 의뢰인들을 상대로 남의 뒷사정을 캐내 불륜 관계 등을 밝혀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어느 날 남편을 감시해 달라는 한 부인의 의뢰를 받고, 수력발전 책임자인 남편 홀리스 멀웨이의 뒤를 캐내어 그가 어느 여자와 사귀고 있음을 밝혀낸다. 하지만 홀리스 멀웨이의 진짜 부인인 에블린 멀웨이가 나타나 제이크에게 의뢰를 했던 멀레이 부인은 가짜임이 밝혀지고, 얼마 후 홀리스 멀웨이가 시체로 발견된다.


로버트 맥키의 책을 읽다 보면, 틈만 나면 예시로 드는 영화가 <차이나타운>이다. 뜬금없이 제목은 왜 차이나타운인지 큰 흥미를 못 느끼고 미루다 나중에야 보게 된 영화인데,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영화였다. 탐정으로 분한 젊은 시절의 잭 니콜슨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 그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들이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며 스토리에 몰입하게 한다. 이 영화가 후대의 너무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영감을 준 것 같아서, 이제야 보는 입장에서는 기시감도 자주 들었다.




사립탐정 기티스 역할의 젊고 샤프한 잭 니콜슨. 기티스는 영리하고 서슴지 않는 방식으로 멀웨이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추적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의 추적과정에 자연스레 동참하게 되는데, 각본뿐만 아니라 이미지가 주는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영화는 탐정일을 하며 찍은 사진들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나중에 물에서 사진을 건져내어 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염탐,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사진기와 망원경 등을 통해서 본 시야컷, 반사경을 통한 앵글 등 “염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샷들이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물”의 이미지다. 기티스의

대사 중 “water again."이라는 말처럼 영화에서 물이 자주 보인다. 홀리스 멀웨이가 수력발전 책임자이기도 하고 그를 둘러싼 음모가 주요한 일처럼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물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건 분명 의도적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도 물이 상징할 수 있는 건 굉장히 많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떨까? 극 중 배경-가뭄으로 물이 귀해진 LA에서 물은 둘러싼 음모를 추적하게 된다. 여기서 물는 곧 돈과 권력, 탐욕을 의미하게 된다.

또한 여기서의 물은 폭발하듯 갑자기 쏟아지거나(거스를 수 없는 힘), 하수구, 해수연못처럼 탁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물은 죽음의 공간이거나 위험한 장소인 것. 멀웨이는 물속에서 익사한 채 발견되며, 기티스는 조사 중 하수구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져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맥키의 책에서 주요하게 언급되었던 부분은 멀웨이 부인이 기티스에게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부분인데, 책을 읽고 봐서 그런지 두 사람의 대화 사이의 긴장감과 서브텍스트가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내가 사전정보 없이 봤다면, 서브텍스트를 모두 눈치챌 수 있었을까? 대사와 연기가 좋아서 그럴 수 있었겠다 싶지만, 분석을 먼저 보고 영화를 접하니 나 스스로 해석하게 된 게 아니라는 생각에 감흥은 덜했다.)


후반에야 등장하는 차이나타운이라는 상징적 공간은 ‘돈만 있으면 법은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는, 아무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공간이다.

"Forget it, Jake. It's Chinatown."라는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엔딩 대사처럼 다소 씁쓸한 끝맛의 영화이지만, 정석과도 같은 각본과 상징적인 이미지를 따라 결말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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