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뒷이야기와 흑백영화의 아름다움
<카사블랑카>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두 연인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1942년에 개봉했으니, 전쟁통에 만들어지고 개봉한 영화다. (심지어 촬영 후반, 연합군의 카사블랑카 점령과 1943년 처칠과 루스벨트의 카사블랑카 평화협정 등으로 전쟁이 홍보해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카사블랑카에서 시작한다.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유럽인들이 모인 모로코의 이 도시는 헛된 희망과 사기꾼들,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늘 혼란스러워 보인다. 릭은 이곳에 정착하여 <릭의 카페 아메리카>라는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과거에 헤어졌던 연인 일자가 레지스탕스 운동 지도자(빅토르 라즐로)와 함께 카페에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음악도 있고, 술과 도박, 다양한 나라에서 온 피난민들과 경찰이 함께 있는 이 카페…, 뭔가 혼란하지만 있었음직하다. 카페는 세트장 같아서 찾아봤는데, 카페뿐만 아니라 카사블랑카 시내 등 영화 대부분이 모두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런 시내 장면도 실제 카사블랑카가 아닌 할리우드 스튜디오. 일종의 오픈세트다. 이 시기에도 할리우드의 자본력은 대단했구나... 옛날부터 온갖 걸 세트로 지었구나 싶었다.
흥미로운 건, 폭격 위험으로 할리우드에 야외촬영 금지령이 내려져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공항세트를 마분지(??)로 만들어야 했다는 뒷이야기다. 조잡하게 만든 모형 비행기를 숨기려니 (아프리카인) 카사블랑카에 안개가 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안개제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금의 눈으로는 안개로도 조잡함이 숨겨지지 않는데...ㅋㅋ 넓은 야외에 안개는 안 흩어지게 잘 뿌렸네?)
이 장면을 보며 흑백영화에서 안개의 힘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화면을 통제하는 힘이 요즘의 영화보다 더 강하게 느껴진다. 연필로만 그려낸 소묘에서 지우개의 역할이 엄청난 것처럼.
비슷한 지점에서, 오랜만에 보는 흑백영화라 그런지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움이 더 눈부시게 느껴지기도 했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아름다운 눈동자와 눈물, 왜 여주인공은 금발이고 흰 옷을 입어야만 했을지 납득이 되는 미장센. 아마도 릭의 시선이었을 화면 안에서 일자는 천사처럼 빛났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멋진 대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