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때로는 같은 거리가 한없이 멀게 느껴지거나, 굉장히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그 거리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라도 한 것일까?
지하철역에 내려서 시간을 확인한다. 4시 55분. 5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빠른 속도로 발걸음을 옮겨도, 시간이 나보다 빨리 달려가 5시를 훌쩍 넘긴다. ‘다음에는 시간을 이기고 말거야’라고 다짐한다.
다음 약속 날,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하철역에 내려서 시간을 확인한다. 4시 50분이다. 아직 10분이나 남았는걸,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길가에 핀 장미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는 시간이 달리다 포기했는지, 저 뒤에서 천천히 따라온다.
고작 5분 차이인데,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 있을까? 우린 마치 시간과 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 마음이 급할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마음이 여유로울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때로는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