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여러 감각 중에서도 ‘후각’은 냄새를 맡는 감각으로, 다른 감각들과 달리 대뇌에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기억에 오래 남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특정 냄새를 맡으면 기억 속의 누군가, 혹은 장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서면,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특유의 냄새가 난다. ‘새벽 냄새’라고나 할까? 어두운 저녁이 되면 ‘저녁 냄새’가 풍긴다. 싱그러운 봄이 오면 향긋한 ‘봄 냄새’가, 울긋불긋한 가을이 오면 어딘가 농익은 듯한 ‘가을 냄새’가 난다.
장마철이 되면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 짜증이 나곤 한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물에 젖은 흙 냄새, 혹은 나무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마치 소나기가 푸르른 자연의 향기를 남기고 간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마스크 속에 가려진 것은 사람들의 표정만이 아니다. 사람마다 풍기는 고유의 냄새, 혹은 향기를 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봄에 핀 꽃들도 눈으로만 담고, 푸르른 산도 마음에만 담아야 한다. 자연의 향기, 사람의 냄새가 그리워지는 요즘.
얼마나 더 잃어야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