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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Apr 23. 2023

요즘 느끼는 일

김수영 




(4.19) 혁명 후의 우리 사회의 문학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 술을 훨씬 안 먹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것으로 그 이상의,
혹은 그와 동등한 좋은 일을 한다면 별일 아니지만
그렇지 않고 술을 안 마신다면 큰일입니다.

밀턴은 서사시를 쓰려면 술 대신에 물을 마시라고 했지만
서사시를 못 쓰는 나로서는,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랑을 마신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였습니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혁명의 시대일수록 나는
문학하는 젊은이들이 술을 더 마시기를 권장합니다.

뒷골목의 구질 구레한 목롯집에서
값싼 술을 마시면서 문학과 세상을 논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 않은 나라는
결코 건전한 나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


< 요즘 느끼는 일 / 시인_김수영 / 196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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