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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Apr 30. 2023

칠 일

이병률



칠 일만 사랑하겠다


육 일이 되는 날 사랑을 끝내고

뒷일도 균열도 없이 까무룩 잊고만 싶다


완전히 산산이 사랑하겠다

문드러져 뼈마디만 남기고 소멸하겠다

칠 일이 되는 날

꽃나무 가지 하나 꺾어 두 눈을 찌르고 눈이 멀겠다

까맣게 먹먹하겠다


헤아릴 무엇도 남기지 않도록 지문을 없애겠다

눈이 맵도록 이불까지 유리잔까지 불사를 것이며

칠 일 동안의 정확한 감정은 절벽에 안겨 떨어지리라


칠 일이 지난 새벽부터 폭우 내리고

그 홍수 닿는 곳에서 숲이 시작된다

그리고 어떤 자격으로 첫번째 해가 뜬다

사라질 것들을 다시 시작을 한다고 해서

다시 그 사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이병률 _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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