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현타에 대처하는 법]

페어와 디너, 그리고 마음 챙김

9월 첫째 주,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KIAF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수많은 갤러리 오프닝과 디너, 네트워킹 행사가 이어지며, 그야말로 미술계의 축제이자 전쟁 같은 한 주가 시작된다. I(내향)뿐만 아니라 E(외향)들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피로감이 예상된다.

아직 행사가 시작도 되기 전인데, 이미 여러 리스트를 통해 작품을 접하고, 벌써 다 본 것 같은 피로감이나 현타를 느끼는 이들도 있다. 아트페어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무대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신없이 여러 행사를 오가며 유럽 여행 중 박물관만 돌다 지치는 듯한 감정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이 모든 것이 결국 ‘미술’을 중심에 둔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올해는 미술 시장의 침체로 인해 많은 부스에서 힘을 덜 들인 흔적도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여전히 진심을 담은 시도와 진정성 있는 전시가 존재한다. 프리즈 첫 해에 비해 작품 퀄리티나 밀도에서 차이가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좋은 작가들의 풀(pool)은 더 넓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지금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기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시점에서 갤러리와 작가들의 노력에 한 번 더 주목하고, 우리가 미술을 왜 사랑해왔는지, 어떻게 감상해왔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순간일수록, 그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이번 주, 잠깐의 허무함에 흔들리지 않고, 그 안에서 빛나는 작가와 순간을 발견하길. 우리가 미술 속에서 찾고자 했던 즐거움과 울림을, 다시 한 번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