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술품 조각투자와 STO]

미술품 STO의 가능성과 제약

by 김도형
123.png

미술품은 오랫동안 부의 상징이자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아왔지만, 높은 가격과 낮은 유동성 때문에 일부 소수의 컬렉터와 기관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벽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 최근 몇 년간 조각투자와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발행)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미술품 STO는 과연 가능성이 있는 모델일까?


조각투자는 작품을 여러 명이 나눠 소유하는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내부 장부에 기록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의결권이나 전시권 등 실질적인 권리를 갖지 못하고, 매각 결정권 역시 운영사에 집중된다. 거래 또한 해당 플랫폼 안에서만 이루어져 유동성이 제한적이다. 반면 STO는 법적으로 증권으로 인정받는 토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한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규제를 받기 때문에 공시, 투자자 보호, 거래 투명성 측면에서 더 명확한 구조를 갖추며, 향후 인가된 시장에서의 2차 유통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STO는 몇 가지 근본적 제약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미술품은 임대료나 배당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아 오직 가격 상승에 의존해야 한다. 토큰으로 쪼갠다고 해서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도 아니다. 작품 자체가 비유동적이기에 토큰 거래 역시 얇은 호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또한 작품 가치는 감정가나 과거 낙찰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시의성이 부족하다. 여기에 보험, 보관, 운송, 플랫폼 수수료가 겹겹이 쌓이면서 투자자의 기대 수익은 줄어든다. 매각 시점이나 전시 여부를 투자자가 직접 결정할 수 없고 운영사의 이해관계가 우선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미술품 STO가 진정한 효용을 가지려면 독립적인 감정·보관·보험 시스템이 구축되고, 운영사와 투자자의 이해가 정렬되어야 한다. 또한 메이저 경매사나 갤러리와의 제휴를 통해 확실한 유동성 이벤트가 보장되어야 하며, 단일 작품 중심이 아닌 지수형 바스켓 구조로 표준화된 상품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전시 대여, 이미지 라이선스 등 작품에서 새로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모델도 더해져야 한다.


결국 미술품 STO는 조각투자보다 진일보한 방식으로 거래 효율과 투명성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미술품이라는 자산 자체가 가진 비유동성, 불투명성, 고비용 구조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STO의 가능성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미술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업 모델과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조각투자 #STO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NFT가 실패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