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NFT가 실패한 이유]

‘혁신’에서 ‘환상’으로, 디지털 아트 시장의 급속한 냉각

by 김도형
123.png

2025년, Christie’s가 디지털 아트 부문을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해당 부문을 담당했던 부사장의 퇴사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NFT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였다. 실제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NFT의 약 95%는 가치가 소멸했고, 수많은 프로젝트가 방치되거나 폐기되었다. 한때 웹3의 핵심 기술로 미래 예술 소유 방식을 바꿀 것이라 주목받았던 NFT는 왜 이렇게 빠르게 실패로 귀결된 것일까?


NFT의 급부상은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아트라는 개념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열풍의 중심에는 예술에 대한 본질적 이해보다 기술적 환상과 투자 열기가 자리했다. NFT를 소장한다고 해서 작품의 원본에 접근하거나 감상 경험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소유 증명이라는 형식적 기능만 강조되면서, 예술의 내용·형식·미학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한 시장의 기반을 이루었던 컬렉터층의 성격도 문제였다. 전통적 아트 컬렉터가 아니라 암호화폐 투자자와 기술 사용자들이 중심을 이루며, 작품의 역사적 맥락이나 작가의 철학보다는 수익률과 희소성에 집중했다. 초기에 활발하던 디스코드 채널과 트위터 커뮤니티는 단기 차익을 노린 사용자들의 이탈과 함께 급속히 붕괴했다. 예술 생태계를 유지하는 공동체적 기반이 사라진 것이다.


NFT는 기성 컬렉터와 자산가들을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다. 실물 없는 작품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은 이론적으로 가능했지만, 실제 수집 행위에서 중요한 물리적·정서적 경험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전통적 수집가들은 진품과 위작의 구분에 익숙했고, NFT의 소유권 개념과 실체 없는 가치를 신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NFT는 예술품의 소장이 아니라 자산화, 더 나아가 투기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주식시장이나 가상자산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예술을 감상하고 이해하며 후대에 물려주는 ‘소장 문화’는 자리잡지 못했다. 이는 NFT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약화시켰다.


NFT의 몰락은 단순한 유행의 종말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과 기술이 제대로 접속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오류를 드러낸다. 기술은 예술의 유통 구조를 바꿀 수는 있지만, 감상과 수집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NFT 이후를 고민하는 일이다. 예술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기술이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바로 그것이 다음 과제다.


#NFT실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작품보증서와 감정서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