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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텍스추얼리티로 보는 관계의 확장]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발생한다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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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텍스추얼리티 Intertextuality’란 모든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에 대한 응답이거나 반복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의미는 텍스트 그 자체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차이와 연결, 충돌과 재해석이 일어나는 그 사이에서 생성된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의 고유한 의미가 아니라,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텍스트가 가진 ‘원래 의미’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인터텍스추얼리티는 텍스트 A와 B가 만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의미에 주목한다. 이 과정은 참조, 인용, 패러디, 풍자, 충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무엇을 떠올리게 하느냐”라는 것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1960년대에 “모든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의 모자이크”라고 설명했다. 이는 어떤 글이나 작품이 완전히 새롭게 혼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글이나 이미지,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이라는 개념과도 이어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처음 의도한 뜻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보는 사람이 다른 텍스트와 연결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정답 같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는 언제나 열려 있고, 독자나 관람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끝없이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


인터텍스추얼리티의 작동 방식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텍스트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과거의 이야기, 구조, 장르, 문화 코드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의미를 형성한다. 둘째, 텍스트는 의도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텍스트를 인용하거나 패러디하고, 그 과정에서 단순한 모방을 넘어 새로운 해석을 만든다. 셋째, 텍스트는 열린 구조로서 독자가 읽는 과정에서 다른 텍스트와의 연결을 구성하며 무한히 확장된다.


이 개념은 여러 예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오디세이아』를 현대 더블린으로 옮겨와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영화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고전 영화, 장르 영화, B급 영화를 콜라주처럼 엮는다. 드라마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리어왕』의 구조가 현대 가족극이나 기업 권력 이야기로 재해석된다. 미술에서는 바바라 크루거가 상업 광고 디자인과 고전 회화를 충돌시켜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낸다. 대중문화에서는 SNS 밈(meme)이 기존 이미지나 문장을 새로운 상황에 삽입해 전혀 다른 의미를 생성한다.


결국 인터텍스추얼리티는 모든 창작과 감상의 과정이 혼자만의 고립된 행위가 아니라, 무수한 다른 텍스트와의 만남과 대화 위에 세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 자체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의미와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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