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틀에서 다른 시각으로 만들어내는 경제의 변화
창조경제라는 말은 겉보기에는 마치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해 경제를 뒤흔드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갑자기 생겨나는 경우는 드물다. 창조경제는 기존에 존재하던 구조나 자원, 방식을 다른 발상으로 전환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때 발생한다.
흥미로운 점은, 창조경제가 등장하는 시점에는 일정한 ‘전제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가 정체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야 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제가 되어야 새로운 전환의 필요성이 생긴다. 그리고 그 전환이 격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다음 산업 동력과 시기적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이를 뒷받침할 재원이나 구조가 없다면 창조경제로 이어지기 어렵다. 최소한의 자원과 추진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창조경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창조경제”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대부분 전혀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요소를 다르게 바라보고 연결해 경제적 변화를 만든 사례에 쓰인다. 예를 들어,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개발했다기보다 기존의 것을 색다른 방식으로 조합하거나 구조를 바꾸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선지적으로 준비된 국가적 인프라 사업이나 정책적 추진은 ‘창조경제’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컨대 김대중 대통령 시기의 광통신망 구축은 장기 계획과 치밀한 정책 추진의 결과이지만, 이런 방식은 창조경제보다는 구조적 산업 정책의 성격에 가깝다.
결국 창조경제란 전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재배치하는 데서 비롯된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기존 자원을 기반으로 다른 시각과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창조경제가 실질적인 힘을 발휘한다.
#창조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