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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변신에서 벌레는 어떤 벌레였는가]

상상력으로 시작되는 가벼운 대화의 힘

by 김도형
카프카 벌레.png


가끔 술자리에서는 게임이나 엉뚱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가곤 한다.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어 진지해질 때쯤이면, 토론이나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런 토론이 자주 있었지만 요즘은 다들 삶이 팍팍해져서인지 진지한 이야기로 깊이 들어가는 걸 버거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무겁지 않게, 주제를 슬쩍 던지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술자리의 질문이 있다. 바로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은 도대체 어떤 벌레로 변했을까?”라는 질문이다. 의외로 이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소설을 읽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벌레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가진 강점이다. 독자는 작중의 묘사와 행동을 토대로 스스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상상 속 생물을 전제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여백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하게 나왔다. 바퀴벌레, 사슴벌레, 그리고 나처럼 지네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지네라는 이미지가 본능적으로 떠올랐고, 그에 따라 주인공의 움직임과 감정을 상상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내 답에 의아해하며 자신들의 이미지를 이야기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상과 해석이 오갔다.


이 질문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한 문학 퀴즈가 아니라 사람마다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무겁지 않지만 서로의 상상력과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대화의 출발점이다.


술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카프카의 벌레는 무엇인가?


#카프카 #변신 #벌레변신 #술자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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