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

AI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시대, 실수에 익숙해지는 연습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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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공지능이 우리 앞에 펼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조합’이라는 능력의 비약적인 확장이다. 수많은 문장과 개념, 사례와 이미지들을 인공지능은 조합하여, 마치 그것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포장한다. 주어, 동사, 목적어가 문맥상 맞아떨어지고 문장 구조가 매끄럽다면, 인공지능은 그것을 ‘사실’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 사실처럼 보이는 결과물은 실제 맥락과 진실에서 벗어난 허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을 ‘할루시네이션’, 즉 환상이라 부른다. 중요한 것은, 이 환상이 점점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는 이 ‘환상’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밀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흐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오히려 역으로 생각해보자. 세상 모든 콘텐츠가 ‘완전한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다면, 콘텐츠의 진위를 판별하는 능력 자체가 희소해질 것이고, 그만큼 대중의 기대치는 낮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완벽하게 검증된 정보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빠르게 조합된,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빠르게 소비하고 공유한다. 이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함’보다는 ‘속도’다. 세상이 빠르게 쏟아내는 정보의 조각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 안에서 조합 가능한 단서들을 발견해 먼저 제시하는 사람이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빠르게 등장한 콘텐츠는 가장 빨리 소모되고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기도 한다. 소비의 속도가 곧 휘발의 속도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완벽을 기하려다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는 연습’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어긋나도, 세상 속에 던질 수 있는 용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창의성을 발견하고, 독창성을 느낀다. 이제 ‘정확하지 않음’은 실패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어떤 표현이든 인공지능의 환상 같은 조합을 넘어서려면, 우리는 어쩌면 덜 정확한 것을 감수하고, 대신 더 빠르고 감각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는, 느리게 정답을 말하는 사람보다 빠르게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 실수는 약점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힌트가 된다. 그리고 그 실수 속에서만이 진짜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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