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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삶과 기약 없는 미래]

낭만 뒤에 남는 감정의 무게에 대하여

by 김도형


예술계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는 기약 없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며, 자신만의 특별함을 좇는다는 것은 결국 안정성을 포기하는 행위와 맞바꾸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에게 업과 삶이 일치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그 이상과 달리 현실은 종종 잔혹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인 감정과 정서를 유지하기조차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 불안은 삶의 전반을 잠식하기도 한다.


예술가의 삶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주변인의 삶 역시 결코 편안하지 않다. 일반적인 직업처럼 안정적인 구조를 기대하기 어렵고, 매번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 반복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일조차 쉽지 않으며, 선택했던 길이 계속해서 옳은지 의심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고민은 더 무거워진다. 성인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과업들이 점점 멀리 느껴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실현하는 결혼이나 독립 같은 일마저 불투명해진다. 그 불확실함은 자존감을 더 깊이 흔든다.


나 역시 어느 순간에는 연애나 결혼 같은 일이 과연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지켜내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것들이 많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시간 속에서 선택의 무게는 더 커졌다. 그렇게 이상을 제외한 많은 것이 사라지고 남겨진 자리에는 낭만이라는 이름의 허울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낭만은 현실을 가볍게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그 허울이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감당하며 살아왔는지, 무엇을 잃고 견뎌왔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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