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친밀감, 그 애매한 거리에서 생기는 감정
‘파라소셜(Parasocial)’이라는 단어는 접두사 *para-*에서 비롯된다. 이는 ‘곁에, 비스듬하게 존재하는’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직역하면 ‘사회적 관계 옆에 존재하는 관계’, 즉 유사 사회적 관계를 뜻한다. 겉으로는 마치 서로 알고 지내는 듯하지만, 실상은 단방향의 관계다. 흔히 이 관계는 이방인에게 느끼는 막연한 친근감처럼 다가오기도 하며, 실질적 상호작용 없이 특정 인물, 연예인, 유튜버, 스트리머에게 강한 개인적 친밀감을 느끼는 현상을 설명한다. 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내적 친밀감의 심리적 기반이 되는 개념이다.
파라소셜 관계는 한 쪽은 상대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다른 한 쪽은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비대칭적 관계다. 이는 콘텐츠 속 언어, 눈맞춤, 일상 공개 방식 등에서 실제 대화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착각은 더욱 강화된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감정을 무한히 증폭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제한된 정보만이 선택적으로 노출되며, 개인의 상상과 기대는 점차 왜곡된 관계를 현실처럼 믿게 만든다.
이 현상이 심화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공유 콘텐츠의 증가는 친밀감의 환상을 만들어낸다. 둘째, 팬 커뮤니티의 구조화는 집단 정체성과 소속감을 강화하며, 셋째, 인플루언서 경제의 성장 속에서 크리에이터는 자신을 ‘친근한 사람’처럼 포장하여 구독·참여·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하게 되었다. 결국, 팬과 크리에이터 사이의 파라소셜 관계는 일종의 마케팅 모델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런 관계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팬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창작자와의 관계에서 사회적 메시지와 교육적 영향력이 확대되며, 팬덤 내부의 응집력도 높아진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 과몰입, 관계의 경계 붕괴, 정체성 침식, 그리고 경제적 착취의 가능성이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수반된다. 파라소셜 관계가 깊어질수록,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사회적 비교와 열등감도 심화된다.
오늘날 파라소셜 관계는 단순한 문화적 흐름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구조적 현상이 되었다.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더 강력하고 정밀한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파라소셜 감정은 더 넓고 깊게 퍼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 관계가 가진 이중적 얼굴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따뜻한 연결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론 착각 속 외로움이기도 하다는 점을.
결국 중요한 건, 이 내적 친밀감의 ‘거리’를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거리 안에서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어떤 경계를 유지하며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파라소셜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도 감정에 대한 교육, 그리고 상호 존중의 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