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서 울 정도로 의도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
흑백요리사 2가 공개됐다. 사실 시즌 1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그 프로그램이 남긴 영향력과 상징성만큼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섬세하고 수준 높은 미각을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요리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각과 판단, 경험이 축적된 문화라는 사실을 대중적으로 증명해낸 사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지점은 안성재 셰프가 반복해서 강조하던 의도라는 단어다. 모든 직업은 각자의 창의성과 목적을 세상에 풀어내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분명히 알고,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의 말에는 확실한 무게가 생긴다. 요리라는 행위 역시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도와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예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리는 자유롭게 발전하고 확장될 수 있는 분야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행위다. 먹는다는 행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즐거움 역시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정상의 위치에서 의미를 부여하기는 오히려 더 어렵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과 내공, 그리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예술은 진입 장벽이 높고 모두가 쉽게 시도할 수 없기에, 그 자체로 일정한 존중이 전제된다. 반면 요리는 모두가 경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그 격차를 나누는 기준은 늘 모호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프로그램이 요리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으로 의도와 명분이라는 요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느낀다.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묻는 태도는, 요리를 기술에서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온 것은 의도나 명분을 넘어선 열정과 내려놓음의 감정이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셰프와 요리 명장들이 흑과 백으로 나뉘어 도전하고, 평가받고, 탈락하는 구조에 스스로를 올려놓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용기다. 이미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다시 심판대 앞에 서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 안에서 기뻐서 울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묘한 울림을 준다. 그렇게 노력해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모든 순간을 다해 임하는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일상에서 과연 얼마나 의도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혹시 내려놓아야 할 안일함을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묻게 된다.
흑백요리사 2는 요리 프로그램을 넘어, 어떤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잘하고 있다는 이유로 멈추지 않는 사람들, 이미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서도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 그들이 보여주는 장면은 기술보다 태도가, 결과보다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은 요리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기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