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척의 언어]

어른들이 사용하는 가장 복잡한 화법에 대하여

by 김도형


오늘은 어린왕자의 화법으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어른들은 모른척의 언어를 쓴다. 사실은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모르는 것들이 참 많다. 그런데도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안다고 말해놓고는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때다. 이 침묵이 몰라서인 건지, 알아서 말하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질문은 공중에 떠 있고, 답은 오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멈춰 서게 된다.


나는 늘 어른들의 말이 어렵다. 어른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알았지라고 묻고, 어느 순간에는 왜 모르냐며 화를 낸다. 어른들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모른다는 걸 알아차린 뒤에도, 그 사실을 모른척한다. 그 모른척이 배려인지 회피인지, 아니면 또 다른 규칙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어른이 된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아는 것도 모른다고 해야 하고, 모르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 알아도, 몰라도, 대답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의 말을 모른척어라고 부르게 되었다. 알아도 몰라도 결국 모른척해야 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아는 척을 하면 똑똑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아는 척이 꼭 지혜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모른척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기술처럼 보인다.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언제 모른척할 수 있는지가 어른을 어른답게 만드는 기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어른과 어른들은 서로 모르는 상태로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는 걸까. 말하지 않는 것과 말하지 못하는 것 사이에서, 모른척이라는 언어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는 걸까. 어린왕자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어른들의 언어도 어쩌면 그렇다. 들리지 않는 말과 말하지 않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언어.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오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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