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사라진 풍경
지금 시기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학창 시절이나 군 복무 마치고 첫 직장 다니던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는 중간만 해라였다. 달리기 해도 중간, 키나 체중도 중간, 군대 안에서도 튀지 말고 중간. 그때 중간이라는 말은 삶 덕목처럼 쓰였고, 그래서 중용이라는 말 역시 그저 중간쯤 의미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평범함이라는 말이 얼마나 특별한지, 그리고 그 상태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귀에 딱지 앉도록 듣곤 했다.
어릴 때 대부분 사람은 꿈이나 희망 품고 스스로 특별해지길 바라며 살아간다. 그래서 평범하다는 말이 참 듣기 싫은 말이었고, 동시에 스스로 한계 만들어 두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 되어 세상 경험하면서, 그 평범함이라는 말이 지닌 무게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 평범함이 더 이상 세상 기준 안에서는 특별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평범하다는 말이 어느새 무미하다는 말처럼 들리고, 개성 없는 사람, 혹은 브랜딩 없는 사람 같은 이미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본 구조 안에서도 비슷한 현상 보인다. 중산층이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고, 계층 안에서 중간 자체가 흐려지는 흐름 계속 나타난다. 이 현상은 특정 나라 문제라기보다, 여러 사회 공통으로 드러나는 모습 같다. 극소수 최상위와 그 밖 나머지로 나뉘는 구조 안에서, 우리는 그 안쪽에서 서로 개성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스스로 브랜딩 만들어야만 존재감 드러낼 수 있는 시대 안에 들어와 있다. 그래서 평범함이 점점 인정받기 어려운 방향 쪽으로 흘러가는 느낌 든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인간적이라는 말과 평범하다는 말은 또 다르다. 사람 냄새 난다는 표현 같은 것, 이런 인간적 감각은 평범함과는 이미 다른 궤도 안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중간 사라진 시대, 평범함 인정받기 어려운 시대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 비범함 세상 안에 드러낼지 계속 고민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아마 그 질문은 죽는 날까지 함께 가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