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숭고함과 무분별함 사이]

섞이고 싶지 않은 이유

by 김도형


노력의 숭고함에는 무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무분별함과는 섞이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 노력의 방향과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살아가기 위해 자신만의 애씀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의심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물리적인 시간이라는 조건 앞에서 늘 효율을 고민한다.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더 빠른 결과를 얻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노력은 점점 더 정제되고 다듬어진 형태로 드러난다. 그래서 각자의 노력은 겉으로 보기에 엄선되고 정돈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다만 절대적인 시간만을 믿지는 않는다. 방향이 잘못된 노력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노력의 양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올바른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 무식함이 아니라 무지가 스스로를 더 깊은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노력 그 자체보다, 그 노력의 방향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애쓰는 일보다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선택과 집중이 분명하고, 자신만의 기준과 필터를 통해 정제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향을 고민하는 노력도, 묵묵히 이어가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함만 남아 있는 상태와는 섞이고 싶지 않다. 최소한의 애씀을 이어온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가 알아보는 언어와 감각이 존재한다.


노력의 숭고함에는 예의를 지키고 싶다. 그러나 아무런 기준도 없이 흩어지는 태도와 함께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오만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책임에 가깝다.

매거진의 이전글[경중은 어디서 갈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