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남과 명분 사이에서
기술이 눈에 띄면 기교가 되고, 기술이 숨으면 설득이 된다.
고수를 만나면 우리는 정말 고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중국 무협 소설을 보면 다양한 형태의 고수들이 등장한다. 어떤 이는 자신의 능력과 배경을 드러내며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하려 하고, 또 어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야의 고수처럼 조용히 자신을 감춘 채 존재한다.
우리는 티 내지 않고 겸손하게 있는 재야의 고수가 더 이상적이고 멋있다고 배우며 자라왔다. 그런데 요즘 시대를 보면, 실력은 충분하지 않으면서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고수라 말하는 이들이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장면도 보게 된다. 솔직히 말해, 그런 사람들의 브랜딩 능력을 보며 질투가 섞인 감정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 방식의 브랜딩은 겸손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믿는다.
기술이 눈에 띄는 순간 그것은 기교로 읽힌다. 반대로 기술이 행동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을 때, 그것은 설득이 된다. 굳이 포장하지 않아도, 그 기술이 태도 속에 녹아 있을 때 사람들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도 납득하게 된다.
나는 그 설득이 곧 명분이고 의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기교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타인에게 설득력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기술은 굳이 감추지 않아도 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아직 멀었다. 하지만 방향만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