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현실에서는 거부하다.
얼마나 역설적인가 마카로니와 스파게티를 먹는 서부 극이라니.
'마카로니 웨스턴'은 1960~1970년대에 걸쳐 양산되었던 이탈리아산 저예산 미국 서부개척시대 영화를 말한다. 우리가 아는 카우보이가 나오고 부츠를 신고 총을 쏴대던 서부 영화들이 이탈리아 산이 많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까.
이탈리아 자본에 제작진과 지역도 미국이 아닌 스페인에서 촬영을 했으며 저예산이기 때문에 재미를 위한 폭력성과 액션이 강조되었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정통 서부극이랑 다르게 어떤 놈이 착한 놈인 줄 알 수 없을 만큼 주인공이 되기 위해 쏴댄다는 점이 다르며 미국 정통은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라면 마카로니는 미국이 아닌 멕시코 분위기가 더 난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마피아의 등쌀이나 좌우 이념의 대립으로 혼란했던 시대상을 반영하여 정의로운 총잡이나 보안관 따위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다루고 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전통 서부 영화 보다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들이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왜 한국엔 정통이 아닌 마카로니를 먹는 서부 영화들을 선호했던 것인가. 누구나 권선징악이 맞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마음으로는 거부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