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안에 설치된 연극 무대
한때 무대 디자인을 꿈꿨던 적이 있다. 특히 연극을 좋아해서 그 연극 무대의 끝자락의 투명한 막 안쪽을 작업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 돌아다니다가 연극무대 장치 같은 장소를 보면 문득 사진을 찍어두곤 한다.
그리 많은 사진을 찍은 건 아니지만 사진을 찍고 나서 한참을 그 장소를 들여다보면서 사는 것 자체가 연극 무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오히려 내가 그 투명한 막 안에 들어가서 살고 있고 연극이 반대로 말해주는 거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조명과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의자, 그리고 의미 없이 놓인 테이블, 아무런 개연성도 없는 저 배치가 우리 삶과 같은 느낌이었다.
삶에 반드시 의미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상관관계가 있어야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창문 밖에 있는데 내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