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위해서 책을 먼저 찾는 것의 함정>

by 김도형

지식을 탐하는 것에 대한 나의 욕심은 아주 개걸스럽다. 마치 일주일 굶은 사람이 버거킹 햄버거를 먹을 때, 온 입에 소스가 범벅이 되고 손가락을 격없이 빨아먹으면서도 멈출 줄 모르는 것처럼, 너무나 좋은 깨달음을 주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어김없이 무장해제가 된다. 괜히 버거의 "킹"이 아니다.


미술 쪽에서 일하다 보면 항상 아쉬우면서도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로 공간이다.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최대한 활용하려는 고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갈증이 생기게 되는 분야가 건축이다. 최근 그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 공부를 시작하려 책을 찾아보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건축을 찾기 위해서 서점이나 도서관의 서고로 달려가는 것은 양고기를 찾으려고 푸줏간으로 달려가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머리에 한 방 크게 맞은 기분이었다. 미술 작품을 더 잘 알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작품을 직접 많이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깨달았던 것처럼, 건축을 배우고 싶다면 건축물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건축물을 직접 체험하기 전에 타인이 정립해 놓은 정보를 책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을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다양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예술 분야에서는 이러한 선입견이 더 크게 작용한다.


‘알기 위해 책을 먼저 찾는 과오’는 지식을 통해 예술을 이해하려는 관점에서 한국인의 DNA 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습관처럼 보인다. 물론 책은 귀하고 값진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책을 통해 미리 개념을 습득하면 현실에서의 이해는 빨라질 수 있어도, 그와 동시에 사고의 확장을 막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낼 위험도 있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는 요즘 미술에 대한 개념을 아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며,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을 지우고 새로운 관점을 입히는 과정을 시도하고 있다.


현시대에서 Unlearning(배운 것을 지우는 과정)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역설적인 필요성을, 또다시 책을 통해 배웠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호기심의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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