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비평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 미술 비평은 새로운 미술의 흐름을 정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주례사처럼 형식적인 칭찬으로 채워지거나, 아예 비판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비평 없는 미술 생태계는 스스로의 문제를 돌아볼 기회를 잃고, 결국 정체될 수밖에 없다.
비평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술 시장이 판매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비평이 본래의 역할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미술 비평이 작품을 분석하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작품을 홍보하는 역할로 변질되었다. 비평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깊은 논의를 이끌어야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판매를 위한 미화된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작가와 갤러리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려 하고, 언론과 웹진도 광고주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비평은 사라지고, 미술 시장은 자정 능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비평이 살아야 미술이 산다. 비평은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작품이 지닌 의미를 분석하고,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건설적인 비평은 작가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관람객에게는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또한, 미술계가 보다 성숙한 담론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비평이 사라진 미술 생태계에서는 작품이 단순한 상품으로만 소비될 위험이 커지며, 창작자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를 잃게 된다.
특히, SNS 시대에는 대중의 시선과 눈높이를 반영하면서도 예술적 퀄리티의 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미술을 접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작품의 가치는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대중의 반응과 소비 형태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미술이 단순히 ‘눈길을 끄는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깊이 있는 예술적 담론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비평이 그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비평이 바로 서면, 대중의 문화 수준 또한 평준화되면서 미술계 전체의 질적 상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분석하고, 시대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질 때, 대중과 작가 모두가 예술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비평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기존의 갤러리, 미술관, 그리고 전통적인 웹진들은 비평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홍보성 글에 머물거나, 과감한 비평을 시도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의 비평이 필요한 시대다.
이를 위해 새로운 웹진이 등장해야 한다. 기존 매체가 하지 못하는 것, 즉 보다 독립적이고 솔직한 비평을 시도하고,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웹진은 단순한 리뷰가 아니라, 작품과 담론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비평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단순한 칭찬이나 비방이 아닌, 깊이 있는 분석과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비평이 살아야 미술이 산다. 그리고 비평을 통해 미술계가 건강한 방향으로 성장할 때, 대중과 예술이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