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1년, 빈켈(Dietrich Nikolaus Winkel)은 컴포니엄(Componium)이라는 자동 작곡 기계를 발명했다. 이 기계는 펀치카드를 랜덤하게 조합해 무한한 음악적 시퀀스를 생성할 수 있었으며,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냈다. 빈켈의 컴포니엄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컴퓨터 음악과 알고리즘 음악의 선구자로 평가되며, 오늘날 음악 작곡 소프트웨어의 개념적 기반이 되었다. 이 기계는 음악이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조합과 변형의 과정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미술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평면 회화에서 작업은 형태와 색상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AI는 이를 학습하고 현실의 데이터를 재조합해 이미지를 생성하지만, 여전히 조합과 재현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미술의 역사와도 닮아 있다. 미술은 오랜 시간 재현의 역사였으며, 사진과 기술이 등장하면서 그 역할이 변화했다. 이후 미술은 개념적으로 확장되었고, 재현을 넘어 표현 자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추상화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이 예술을 창조해온 행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사의 대서사를 깊이 탐구해야만 겨우 이해할 수 있는 예술적 깊이를, 알고리즘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다. 더욱이 AI가 생성하는 데이터는 개발자와 공학 전문가가 설계한 인과관계의 법칙에 기반하며, 이는 미술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예술가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AI는 자동화된 조합을 수행할 뿐이지만, 예술가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질문과 고민 속에서 새로운 예술을 탐구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