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적재적소에 프로모션을 기획하거나 위기를 관리하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따로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따뜻한 마케팅'처럼 고객을 진심으로 위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성에 감동한 적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최근의 마케팅 흐름을 보면 결국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미시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또한 받아들여야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부든 외부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결국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 기대치는 고스란히 마케팅 부서의 역할과 평가로 직결된다. 요즘 시대만큼 기업의 브랜딩과 마케팅이 밀접하게 연결되고, 반응이 빠르게 돌아오는 환경에서는 기업의 매출 성과가 마케팅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케팅 전략도 점점 더 짧은 호흡에 맞춰 기획되고 실행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시적 관점은 가까운 시기에 나타나는 반응에 집중하는 시각이고, 거시적 관점은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다.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은, 트렌드에 즉각 반응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나 자신의 인격이나 세계관마저 미시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깊은 통찰이 아니라, 일시적인 임기응변 능력에 치우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 각자의 분야에 충실할수록, 그 분야의 특성이 삶과 인격에 체득되고, 때로는 개인적 특성으로까지 전이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일하는 분야를 넘어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잃지 않는 일이다. 특히 현시대 마케팅 종사자들은 미래학에 관한 책을 아무리 읽더라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 안에서는 결국 미시적 사고에 갇히기 쉽다. 그래서 더욱 의식적으로, 자신의 직업적 시각이나 사고가 자신 전체를 잠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일과 개인을 구분짓자거나, 단순히 워라밸을 따지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분야와 직업이 지닌 철학은, 개인의 철학과 분리되어야 하며, 직업의 철학이 개인의 철학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마케팅 분야에는 미래학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개인 스스로가 가져야 할 철학이자, 사고의 중심이어야 한다. 반응과 즉흥성에 매몰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은, 직업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키워야 할 내적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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