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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증폭기]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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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계급의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계급'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했던 인간의 본능적인 열망,그 상징이었던 사다리마저 사라졌다는 말은 희망조차 잃어버리는 듯해 안타깝다.


돈이 너무 흔해졌다. 숫자에 0이 몇 개 붙든 더 이상 특별한 감흥이 없다. 사회 초년생 시절, 천만 원짜리 자동차 한 대를 사는 것도 '과연 이게 내 몫일까'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로만 움직이는 차 한 대를 사려면 5천만 원은 기본이다.


돈이 돈을 만들고, 여유 있는 사람이 더 좋은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시대다. 기존의 화폐 구조나 자본의 흐름도 채 익히지 못했는데, 이제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까지 등장해 돈의 움직임은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 되었다.


꾸준함은 답답하고 미련한 것으로 비춰지고, 반면에 변덕은 유연함과 트렌드에 민감한 태도로 포장되며 미덕처럼 받아들여진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기본적으로 끝없는 호기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운 시대다. 여기에 인공지능이라는 도구가 등장하면서,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 간 능력 차이는 수십 배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근면함이 더해진다면, 그 사람은 일종의 ‘계급 증폭기’를 장착한 셈이 된다.


자본주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을 꿈꾸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산층은 점점 하향 평준화되었고, 물가는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가진 듯한 착각만 심어줬다. 그렇게 상류층과 중산층 사이의 거리는 훨씬 더 멀어졌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99.9%의 프롤레타리아와 0.1%의 초상류층이 공존하는 구조로 향하고 있다. 이 ‘계급 증폭기’를 그냥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 끈질기게 붙잡고, 중산층이라는 이름 아래 머무르기보다는, 상류층을 넘겨다보며 더 넓고 깊은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적당히 잘사는 삶'이라 부르는 중산층의 삶은 어쩌면 최상위 계층이 만든 인플레이션과 허상의 합작일지도 모른다.


#계급 #계급증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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