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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과 결과, 무엇이 예술인가?]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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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우리는 늘 과정과 결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둘 다 중요하다. 성실한 사람들은 특히 과정과 의도에 무게를 두려 하지만, 결국 현대 사회는 결과로 평가받는 만큼 두 측면 모두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사에 과정과 결과 모두를 충족하려 애쓰며, 그만큼 더 고단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술에서도 이 논의는 동일한 중요성을 가진다. 고대에서 중세, 근대로 넘어오던 시기 예술은 완성도와 밀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시 예술은 입체를 평면에 완벽히 재현하는 결과물로 평가되었고, 그 극단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선 당연히 치밀한 과정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러나 현대미술에 들어서면서 양상이 바뀐다. 결과물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의 개념과 의도가 예술의 핵심으로 부각되었다. 제작 과정 자체가 작품이라는 관념이 등장하며, 예술의 정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과정이냐, 결과냐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과정이 곧 결과가 되고, 그것이 작품의 전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예술이 상업과 맞닿으면 이야기는 다시 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품의 ‘결과물’은 아주 객관적인 영향을 가진다. 이때 작품의 가치는 예술성이나 의미보다는, 다수가 공인할 수 있는 가격적 가치로 환원된다. 그 순간에는 과정보다 결과물 자체에 더 큰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미술은 과정과 결과 모두를 중요시해왔지만,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작품의 영역에서는 최종 결과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과정과 결과는 예술 속에서 분리될 수 없는 한 쌍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그 두 축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과정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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