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술 비평은 묘사에서 시작한다]

by 김도형

우리는 ‘비평’이라는 말을 참 무겁고 어렵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비평이란 사물의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장단점, 옳고 그름을 평가해 가치를 판단하거나, 때로는 남의 결점을 드러내어 말하는 일이기도 하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을 글이나 말로 풀어내는 것이 바로 비평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처럼 ‘착한 척’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한 예술계에서는 비평이 유난히 더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비평하는 사람은 괜히 나서는 것처럼, 혹은 잘난 체하거나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비평을 조금 더 가볍게 내려놓고 다가가 보면, 결국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비평이 어렵게만 느껴졌기에 비평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을 읽고, 용어를 배우며 공부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미술 작품을 볼 때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설명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보이는 것이 있어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과정과 그걸 어떻게 설명할지를 배우는 과정”이 곧 비평이라는 점이다.


나는 비평을 하려면 우선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일상에서도 지나치는 현상들을 보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토익 스피킹 시험에서 사진을 보고 무엇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설명하는 연습을 하듯, 미술 작품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보면 좋다. 실제로 미술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품을 보고 설명하는 연습을 한다.


무엇을 그리거나 표현하려 했는지, 어디에 무엇을 배치했는지, 색상은 어떤지 등을 묘사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이는 비단 미술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결국 어떤 것을 본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미술비평 #묘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과정과 결과, 무엇이 예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