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더비에서 시가 감정 가치 평가 수업을 들을 때, 전 세계적으로 미술에서 큰 역할을 하는 분들의 강의를 접한 적이 있다. 그중 한 분이 수업 중에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왜 예술 쪽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각자 미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꽤 시간이 흐를 때까지 누구 하나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충분한 생각할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예술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있을 겁니다.”
그 대답에는 어느 정도 미화된 부분이 있을 수 있었지만, 그분이 전하려던 뉘앙스는 정확히 전달되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매번 작품을 볼 때마다, 과연 내가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예술은 그만큼 작가 개인의 자의식이 강하게 담긴 결과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의 원리에 맞게 시장과 연결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예술성을 부각하기 위해 새로운 사조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예술의 움직임은 과연 어떻게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려면 나는 미술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 미술만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더 큰 틀로 확장해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세상을 좋게 만든다’는 그 좋은 말의 무게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허울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말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예술을 마주한 누군가는 그 안에서 무언가에 스며들고, 자신의 것을 꺼내 내놓으며, 무장해제된 채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그 순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하나의 인류라는 틀 안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것을 어떻게 절대 다수에게 전달하며,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이상과는 달리 냉정한 객관성과 방법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좋게 만드는 방법들 중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