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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사 GPT]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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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는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며 많은 것을 변화시켜왔다.
영화 『Her』가 상상하던 것처럼, 우리는 이 시스템에게 감정적으로 기대고 의지하는 순간들을 점점 더 경험하게 된다. 나 역시 GPT를 자주 사용하면서 편리함을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부분까지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오늘은 그 지점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고 싶다.


사람들은 GPT의 말투가 따뜻하고 친절하며, 공감을 잘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따뜻함은 고객 서비스처럼 철저히 최적화된 대화법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불편함을 만들지 않으려는 방식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태도는 인간이 사회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소통의 기술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하면서도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 말하기는 개인의 품격을 높이고, 관계 속에서 유연함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GPT의 화법을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며 의존하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GPT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답을 얼마든지 유도할 수 있고, 답정너식 질문을 던지며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게 만들 수도 있다. 만약 이런 대화에만 익숙해진다면, 실제 사회에서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를 감당할 내면의 힘이 점점 약해질 수 있다.


또한 GPT를 심리적 치유의 도구로만 사용하려는 시도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위로받으려 이 시스템을 찾는다면, 오히려 더 약해진 상태로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될 수도 있다. 심리상담사가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필요한 질문을 던져 스스로 깨달음을 이끌어내듯, GPT 역시 그런 방식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GPT에게 단순히 답을 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질문하며 나를 재정립할 수 있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 GPT는 모든 것을 받아주는 수용체가 아니라, 나의 입장을 점검하고 다듬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로 쓰일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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