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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시각화가 가져온 맹점]

by 김도형

GPT가 등장하면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일이 매우 쉬워졌고,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어떤 것이든 텍스트로 나열해 “이미지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왜곡 없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도와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써야 하고, 자연스럽게 묘사와 표현의 밀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가상에서 만들어지거나 조합된 이미지들은 일상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와 색을 만들어내며,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시각화가 너무 쉬워진 만큼 사람들의 상상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너무 편리한 도구가 등장하면서, 우리가 생각할 여지까지 차지해 버린 셈이다. 그것은 본래 창작의 여유이자 상상력의 여백이었는데, 이제 그 부분이 도구로 채워져 버린 듯해 아쉽다. 앞으로는 오히려 양산된 이미지 속에서 인간이 다시 조합하는 창작의 단계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해당 이미지는 아래 랭보의 “모음”이라는 시를 시각화하여 만들었다. 최근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텍스트와 이미지의 분리 조합이다. 이 단계만 넘어서면 디자인의 부분은 확실하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모음-아르튀르 랭보>


검은 A, 흰 E, 붉은 I, 푸른 U, 파란 O: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灣); E, 기선과 천막의 순백(純白),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繖形花)들의 살랑거림.

I, 자주조개들,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 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입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장의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인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 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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