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과학, 유사종교라는 말처럼,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겉모습만 닮은, 본질과는 어긋난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새롭게 떠오른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유사개성’이다.
유사개성이란 얼핏 보기에는 ‘개성 있어 보이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찍어낸 가짜 개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SNS에서 ‘내 취향’이라고 소개하는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알고리즘이 제시한 결과를 따라간 것이며, 화장품, 휴대폰, 자동차 디자인처럼 ‘개성적’이라고 여겨지는 물건들도 결국은 유행과 산업 구조가 만들어놓은 방향 안에서 소비자에게 제안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했다고 믿는 많은 것들이 이미 자본주의와 대중문화 산업이 짜놓은 틀 안에서 이루어진 선택이라는 점을 이 개념은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유사개성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영화나 음악, 패션 등 대중문화가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진정으로 확장시킨다기보다는, 소비자에게 ‘너는 특별하다’는 환상을 제공하면서 실제로는 모두 비슷한 취향을 갖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비롯된다.
유사개성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건넨다. 시장이 제공하는 ‘개성 있는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틀 밖에서 진짜 개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했다고 믿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이미 누군가가 구성해놓은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으며, 대중문화는 개성을 포장해 상품화하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이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점을 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수없이 노출되는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취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그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취향’이 생기기 이전에,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나만의 선택을 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유사개성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으로 취향을 형성해갈 수 있다.
#유사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