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대화의 꾸밈과 진정성]

by 김도형

진정성 있는 대화는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끼리라도, 매번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대화만 이어진다면, 감정의 깊이가 숨 막히듯 밀려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성 있었던 대화는 꼭 한 문장이든 단어든 머릿속에 잔잔하게 남는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관점일 수도 있고, 적재적소에 필요했던, 한참을 찾아 헤맸던 퍼즐 조각일 수도 있다. 현재의 고민과 꼭 맞게 자신에게 찾아온 대화에 감화된다고 표현한다.


이런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크고 작은, 때로는 작위적이기도 한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며내지 않은 것, 그리고 꾸며내지 않고도 대화가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어떤 상태가 가장 담백한 상태인지 자신이 먼저 알아야 하고, 타자와의 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닌, 진솔하게 평등할 수 있는 관계여야만 가능하다. 마침내 그러한 단계에 도달하고 나면, 굳이 말을 이쁘게 할 필요가 없다.


본인의 의도보다도 조금이라도 꾸며낸 화법과 뉘앙스는 듣는 사람도 기가 막히게 감각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정말 제대로,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아무것도 붙이지 말고, 자신이 느낀 그 사실만을 말하길 바란다.

우리가 말에 붙이는 이모티콘과 같은 꾸밈은 대화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게 만들고, 내 말이 더 이쁘게만 보이도록 포장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가끔은 특별한 안주도 없이 와인 한 병만 두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사실, 두 병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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