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태어날 사랑하는 딸에게 편지를 썼다. 세상에 태어날 이 존재가 나와 아이 엄마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앞으로 딸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함께 살아갈 인생에 있어 아빠로서 시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미리 이야기하고 싶었다. 처음 아빠가 되어 서툴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조차 함께 살아가며 배우자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딸이 살아가게 될 세상이 어떤 곳인지 최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그려보려 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감정이 벅차올라 글이 자꾸 무거워졌다. 아마 이 편지에 담긴 마음을 딸은 중학생이 될 때까지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이 엄마가 물었다. “이걸 언제 보여줄 건데?” 글씨도 또박또박 쓴 것이 아니니, 이 편지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려면 중학생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딸이 어른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딸에게 편지를 쓰면서 아빠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앞으로는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이 따르겠지만, 그것은 억지로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니라 기꺼이, 그리고 당연하게 감당하고 싶다. 무엇보다 자식에게 생색내지 않고 담담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담아 한 글자씩 써내려갔다. 그런데 편지를 다 쓰고 나니, 이 말들이 딸에게 하는 말인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문득 생각하게 된다.
엄마가 늘 “너 같은 아들 낳아봐라” 하던 말이 이제 와서 무겁게 다가온다. 인생은 결국 공수 교대라는 말이 예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천사 같은 사람이니, 이 모든 것도 결국 괜찮을 거라 믿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사랑하는 딸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아빠는 마음과 몸을 준비하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아빠는 계획형 인간이지만 아무리 준비해도 완전히 안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딸이 세상에서 자신답게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라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저 건강하게 나와서 우리 각자의 인생대로 행복하게 살아가자. 너의 존재만으로 감격스럽게 했던 이 순간을 평생 잊지 않으마.
그래도 니엄마가 최우선이다.
엄마 편지는 먼저썼다. 서운해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