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만의 미시세계]

by 김도형


인간은 자신이 더 작아지는 순간, 오히려 세상의 거대함과 우주의 위대함을 깊이 느낀다.


예컨대 성당에서 마주하는 높디높은 벽체와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는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압도한다. 그것은 마치 존재 자체를 미세하게 압축하며, 신의 위대함을 주입하는 듯한 감각이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감정은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작아지는 자신의 감각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스스로만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세계에서 벗어나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감각을 되찾는다.


나는 내가 작아졌다고 느끼는 그 순간들을 자존감의 문제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주 큰 무언가가 조용히 다가와 말해주는 듯하다.

내 안에 있는 이 작은 세계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미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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