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천받은 책을 읽으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매커니즘 속에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겐 참으로 고군분투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평온한 얼굴로 잘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는데, 왜 나만 이 세상의 수많은 법칙 속에서 길을 읽지 못하고 헤매는 것 같을까, 자책할 때도 있다.
책 속에 한 인물의 묘비명이 소개되었는데, 그 사람의 생애가 간결하게 정리된 문장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력서’처럼 자꾸만 덧붙여지고, 수정되고, 지워지는 이 기록들이, 결국 내 묘비에 남겨질 이야기들이겠구나.
어디서 태어나 누구의 아들이었고, 누구의 남편이었으며, 또 누구의 아버지였는지. 그저 내가 지나온 일상의 흔적들이 마지막에도 자연스럽게 남게 될 것 같다.그리고 그 문장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이미 조금씩 쓰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문득 돌아보게 된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내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생을 마무리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한편으론,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들보다도, 내 마지막 자리에 남겨질 문장엔 아들이었고, 남편이었으며, 아버지였다는 말이 먼저 쓰이게 될 거란 사실이 마음 깊이 다가왔다.
삶의 시작도, 마지막도 결국 ‘가족’이 가장 먼저 있다는 것.
내 묘비에 어떤 위대한 업적보다, 내 가족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더 소중하게 남겨지기를 바란다.
부끄럽지 않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는 기억만은 꼭 남길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