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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뮷즈’, 뮤지엄에서 피어난 실용의 미학]

by 김도형

명품 전시와 더불어 최근 뮤지엄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흐름은 ‘뮷즈’이다. 뮷즈란 ‘뮤지엄 굿즈(Museum Goods)’의 줄임말로, 굿즈 트렌드가 미술관 및 박물관 문화 속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뮷즈가 성공하기 위한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미적 완성도와 실용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아니면, 순수한 조형성 자체가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굿즈이다. 종교적 의미가 깊은 불상을 일반인이 생활 속에 두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형광빛 색감과 유려한 형태, 그리고 고요한 표정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자, 불상은 마치 조형예술의 오브제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 마치 플러팅하듯 은은한 색감과 형태미가 가미되며, 불티나게 판매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단청과 키보드의 결합이다.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하는 ‘연상과 결합’ 기법을 훌륭히 활용한 예다. 키보드는 더 이상 단순한 입력 도구가 아니다. 키감은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 되었고, 키보드 자체는 소장욕을 자극하는 미적 오브제가 되었다. 이때 전통적 단청 문양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색감을 통해 키보드의 단차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키보드 위에 절제된 미적 자극을 더한 이 조합은, 대중성과 미학이 절묘하게 맞닿은 결과물이다.


결국 굿즈란 단순히 예술품이나 유물을 작게 축소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기능성과 미학은 기본이며, 그 안에 현대 소비자들이 욕망하는 표현의 도구 혹은 소유의 대상으로서의 정체성을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뮷즈는 지금, 예술과 일상 사이의 감각적 가교로 기능하며 미술관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


#뮷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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